아가서를 어떻게 묵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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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어떻게 묵상할 것인가
아름답고 고결한 사랑
1. 정경성과 해석
아가서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는 사랑의 연가다. 아가서는 구약의 정경 목록 중에 연애시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성경주석가들을 놀라게 하였고, 심지어 주석가들의 반대를 불러일으킬 만큼 이질적인 책이었다. 아가서의 정경성은 여러 시대를 거쳐 의문시 되어왔으며, 급기야 유대 랍비들은 주후 100년, 얌니아 회의에서 아가서 정경성에 대해 논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가서가 그리스도의 교회가 생겨나기 훨씬 이전부터 정경 중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은 확고부동한 사실이다. 현재까지 전수된 히브리어 사본이나 구약의 헬라어 번역인 칠십인역 사본들의 정경목록에도 어김없이 아가서라는 책명이 들어가 있다. 주전 180년 경, 지혜교사이자 율법학자였던 벤시락(Jesus Ben Sirach)이 자신의 이름으로 저작한 책인 '시락서'에는 아가서 인용을 암시하는 구절들이 등장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아가서의 정경성과 그 해석에 있어서 교회는 세 가지 태도를 취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로, 아가서의 정경성을 거절하는 태도다. 주후 4세기에 저명한 주석가이자 감독이었던 몹수에스티아의 테오도르(Theodor von Mopsuestia)는 아가서를 세속적인 연애시로 이해하였고, 이를 근거로 하여 그 정경성을 반대하였다. 이후 세대의 인문주의자이자 신학자였던 세바스티안 카스텔리로(Sebastian Castellio)는 제네바의 종교개혁자 칼빈(Johannes Calvin)과의 논쟁 중에 동일한 논거로 아가서의 정경성을 반대하였다.
둘째 태도로는 아가서의 본문 해석을 변경하려는 시도다. 이 접근법은 첫째 태도의 이해를 공유함과 동시에 정경 내에서의 아가서의 의미를 살리려는 시도로, 아가서를 문자적이거나 역사적으로 해석하는 대신, 알레고리로 내용을 이해한다. 알레고리는 풍유적 해석으로 성경의 문자 너머에 있는 깊은 차원의 진리를 전달할 수 있는 해석학적인 이점이 있다. 아가서에 대한 고전적 해석으로는 '상징적 알레고리'가 있다. 상징적 알레고리 해석에 따르면 아가서의 등장인물인 신랑과 신부는 야훼 하나님과 이스라엘, 또는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구약성경 내에서 결혼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를 비유하는 중심 사상이기에 상징적 알레고리 주해는 해석적 정당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약성경 자체는 아가서 전체에 대한 알레고리적 해석학 접근법에 심각한 이의를 제기한다. 구약의 선지자들이 결혼을 하나님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그림으로 사용하였으나, 아가서의 기법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선지자들은 유비적으로 이해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분명한 암시를 준다(호 1:2; 사 62:5). 반면 아가서에 사용되는 그림언어에는 구절 이해의 표지가 되는 암시 구절이 없다. 둘째, 아가서의 묘사는 성애적이고 신체적인 부분에 강한 색조를 띈다. 선지자들은 성적인 묘사를 우상숭배에 한정하여 도입하지, 하나님과 백성과의 아름다운 관계를 묘사하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매력적인 유방(아 4:5)이나 완성미를 갖춘 다리(아 7:1)에 대한 묘사는 구약성경 내에서 하나님과 백성과의 관계를 유비할 만한 그 어떤 해석적인 준거점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상징적 알레고리 접근법은 본문이 말하려는 것보다 해석자가 듣기를 원하는 것을 지향하는 데 그 해석의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징적인 알레고리와는 다르게, 본문의 역사적인 의미를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본문의 구체적인 의미에 영적인 의미를 덧붙여 주는 '유형론적 알레고리'(typology)가 있다. 유형적 알레고리 해석은 본문의 이미지와 묘사를 영해하지 않으면서 남녀 간의 사랑에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전형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알레고리적 접근법은 성경이 우선적으로 영적인 진리를 전달한다는 기대에 충족되기에 아가서 본문 해석에 폭넓게 사용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가서의 본문이 전달하려는 고유한 내용을 모두 영적인 의미로만 대체하려는 문제가 발생한다. '유형론적 알레고리' 역시 한편으로 아가서 전체를 정경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그 가치를 인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가서의 시문들이 전달하려는 고유한 관심사를 저버린다. 견실한 주해는 본문이 전하려는 것을 전해야 한다.
아가서 정경성과 그 해석에 있어서 교회는 아가서의 본문을 원형 그대로 수용하여 해석하는 태도를 취한다. 아가서의 본문은 하나님이 그 백성과 맺은 '사랑의 언약'보다는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위해 제정하신 '결혼계약'을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아가서의 주요 장면의 내용인 남녀간의 사랑은 창조주의 은총이기에 성경적인 주제로 의미심장하다 할 수 있다. 또한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하나님의 은총을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건네주시는 영적인 의미를 되살리는 것이다. 따라서 아가서의 본문은 남녀 간의 사랑 연기라고 해서 세속적이다 할 수 없으며, 성도들의 거룩한 삶과 양립될 수 있다.
2. 이해의 새로운 지평: 지혜서
그리스도교와 고대 유대교의 정경적 배열을 보면, 공통적으로 아가서는 교훈서(또는 지혜서)로 분류된다. 이러한 정경의 분류는 아가서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열쇠를 제공한다. 지혜의 아버지인 솔로몬이 잠언과 전도서의 표지 서문에 등장하였다는 것과 사랑의 연가인 아가서 또한 솔로몬의 이름으로 저작되었다는 것은 아가서에 수록된 남녀 간의 사랑시들이 지혜문학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알려준다. 바벨론 탈무드의 지혜서 목록 배열은 의도적으로 구약의 지혜문학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읽도록 편성되었다. 욥기에서 욥은 생의 위기중에 하나님이 전능하시며 지혜로우시며 사람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의로우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옵기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을 가르친다. 이어지는 지혜서인 잠언에서는 하나님 경외사상'을 서문(잠 1:4)으로 도입하여 지혜의 기본교육과정을 개시한다. 그리고 잠언은 사람의 행위와 그에 따른 결과의 전체적인 연관관계를 의식화함으로 아직 미숙한 사람들에게 지혜의 길을 걷도록 초청하여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안내해준다. 전도서는 지혜학교의 보강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전도자는 잠언에 제시되었던 모델로는 다 포함할 수 없는 삶의 여러 정황을 포착하고 그것을 주제로 다룬다. 또한 그는 인간의 지식과 성공적인 삶의 한계를 지적하며, 그릇된 안도주의를 피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이 허락하신 삶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생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누릴 것을 가르친다(전 9:7-9; 12:13). 마지막으로 아가서의 교훈은 이러한 전도자의 생의 향유에 연결된다. 아가서는 인간의 생애 중 행복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 소개한다. 아가서의 저자는 남녀 간의 사랑 역시 하나님이 허락하신 선물이니 고마움으로 받고 의식적으로 가꾸어가며 향유할 것을 권하고 있다. 따라서 네 권의 지혜서들은 지혜학교의 교육과정을 전체적으로 묘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가서는 구약성경 가운데 이질적인 책이 아니라, 거시적 지혜문학의 맥락 안에서 고유한 특색을 드러낸다. 정경적 배열의 위치와 지혜교육과정의 내용으로 볼 때 아가서는 지혜교훈의 끝마무리로 사랑을 지시하고 있다.
3. 저자와 저작시기
1:1에 '솔로몬의 아가라는 표제가 나온다. 우리말의 소유격 '의'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전치사 '라메드'는 전통적으로 저작자를 알려주는 '저자의 라메드'로 이해되어왔다. 그러나 이 전치사는 또한 일반적으로 '소유'나 '소속'을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구문은 '솔로몬에게 속한', '솔로몬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되는', '솔로몬에게 헌정된'이라는 의미일 수 있다.
아가서 후기 저작설은 아가서에 빈번히 사용된 어휘와 히브리 단어 및 문법에 기인한 것이다. 예컨대 '나도풀'(4:13), '호도'(6:11), '동산'(새번역, 4:13)은 페르시아어에서, 3:9의 '가마'에 해당하는 히브리 명사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어휘다. 그밖에 아가서에는 아람어 어휘가 등장하여 아가서 본문이 후기에 생성되었음을 지지한다. 아가서에 사용되는 어휘는 약 470개에 이르며, 이들 어휘 중 47개는 오직 아가서에서만 사용되며, 51개는 아가서를 제외한 구약에서 1회에서 5회 사용되고, 45개는 6회에서 10회 사용된다. 아가서의 거의 매구절에는 구약에서 사용빈도가 낮은 단어들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아가서는 기나긴 시대 동안 여러 과정의 편집을 통해 생성된 것이 아니라 저작되었으며, 솔로몬 왕정 시대인 주전 971년에서 931년에 편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견해는 언어적, 문예적, 양식적, 역사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아람어는 동일한 북서셈족어군에 속한 히브리어와 함께 수천 년간 공존해왔으며 구약성경 시대와 신약성경 시대까지 상업적인 공용어로 널리 사용되었다. 또한 이국적이고 사용빈도가 낮은 특별한 어휘들은 사랑의 귀중함을 부각시키는 아가서만의 독특한 어법이라 할 수 있다. 열왕기상의 기록은 아가서가 솔로몬 시대의 저작임을 알리는 역사적인 참조점을 제공한다. 솔로몬은 이집트의 말들을 소유하였으며(왕상 10:28;아 1:9), 레바논의 백향목(왕상 5:8-10; 아 4:8;5:15)을 수입하였다. 또 아가서에 나열된 향기를 내는 각종 수목과 풀들은 솔로몬의 국제무역과 연관해서 참작될 수 있다. 이스라엘 역사 전체를 조망해볼 때 이국적인 애정시가 이스라엘 내에 장려되는 역사적인 시기는 '지혜의 르네상스'라고 여겨지는 솔로몬 시대가 타당할 것이다.
아가서는 적어도 솔로몬의 후광 속에 집필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솔로몬이 이스라엘의 '지혜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아가서를 구약 지혜문학의 시각에서 읽는 것에 타당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볼 때, 아가서의 표제에 사용된 전치사 '라메드'는 '솔로몬에게 헌정된'으로 읽어야 함이 합당하다.
4. 구조
아가서는 서술체와 시가체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독특한 시가양식이며, 사건 전개의 직선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서술체 문학과는 다른 구조를 지닌다. 따라서 독자는 아가서의 개별 본문을 직선적으로 읽는 과정 중에 책의 전체적인 구조와 그에 따른 사건 전개를 파악해야 하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독서를 하게 된다. 아가서는 5개의 입체적이고 주기적인 구조로 그 단락이 구분된다. 각각의 주기적 과정은 ① 여인의원함, ②만남(연인의 등장), ③ 찬사, ④소망의 성취(초대)라는 하부 구조로 되어있다.
1:1표제 / 제1과정 1:2-2:4 사귐과 결심 / 제2과정 2:5-17 봄날의 초대 / 제3과정 3:1-5:1 결혼식과 첫날밤 / 제4과정 5:2-7:13 거친 사랑이야기 / 제5과정 8:1-14 죽음같이 강한사랑
제1과정에서는 아가서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알아가는 사귐의 시간을 가진다. 먼저 주인공인 두 연인은 서로 다가서고 호감을 품고 노래한다. 그리고 두 연인의 노래를 들은 청자들은 두 주인공을 알게 되고, 아가서의 주제가 남녀 간의 사랑임을 알게 된다. 제2과정에서는 연인이 된 두사람이 봄날의 꽃이 피어나는 자연정원에서 밀회를 가진다. 제3과정에서는 곧 거행될 결혼식과 결혼 당일, 그리고 첫날밤을 노래한다. 제4과정에서는 결혼 이후 신랑과 신부가 혼인 전, 상호간의 열정을 다룸에 있어서 미숙하여 위기에 처했던 사랑 이야기를 노래한다. 마지막 제5과정에서 두 사람의 밀회와 결혼, 그리고 이전 날의 회상을 넘어서 하나님이 주신 사랑의 깊은 신학적 차원에 도달한다.
5. 핵심 내용
아가서 연가에 표현된 남녀 사이의 사랑은 왕적인 것이며 지복한 것이다. 그 사랑은 아담과 하와가 살았던 에덴동산(창2장)을 연상케 하며, 뱀의 유혹을 받은 인간의 타락으로 생겨난 남녀간의 불평등 관계가 사랑 안에서 해소된다(7:10). 고양된 의미에서 사랑은 신적인 권능으로 노래되며 사망과 혼돈을 물리친다(8:6). 이러한 의미에서 하나님의 선물인 사랑은 사람에게 창조주의동산 안으로 귀환하는 체험을 하게 한다.
오민수(대신대학교 구약학)
성서유니온 매일성경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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